특별한 한 제사장이 발에 끌리는 세마포 옷을 입고 흰 구름 위에 서서 환하게 웃는 것을 보았는데 그 얼굴빛은 힘이 있고 눈은 불꽃 같은 광선이 발하고 두 뺨은 하얀 수염으로 둘렀는데 옷깃까지 내린 긴 수염이 기름을 바른 것처럼 빛나 보였다. 머리에는 세마포로 짠 터번 모양의 관을 썼는데 청색, 홍색, 금색실로 꼬아 수놓은 문양으로 관 끝을 화려하게 둘렀고 관의 정면 이마에는 금패가 있는데 새참예수 이름이 빛이 나고 있었다.
가슴에는 열 두 보석으로 된 흉패를 둘러 어깨에 메고 허리는 금 띠를 넓게 띠고 제사장 옷자락 끝 가장자리에는 청색, 홍색, 금색실로 꼰 화려한 문양으로 수놓아 둘렀고 수놓은 끝으로 금방울이 화려한 빛을 내며 촘촘히 달렸는데 아름다운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소매 끝단과 목 부분에도 청색, 홍색, 금색실로 꼰 문양으로 수놓아 둘러 있고 소매 끝에는 화려한 옷 술 같은 것이 달려 있었으며 이처럼 제사장의 모습을 세세히 보면 색조가 아주 화려한데 전체적으로 볼 때는 온통 흰 색이었고 색의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제사장의 얼굴과 몸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광채는 빛과 기름이 더해진 참 빛으로 살아 운동하고 흰 옷에서 발하는 밝은 황금빛으로 둘러 지극히 영화로운 가운데 하늘 높은 곳에서 ‘거룩, 거룩, 거룩’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한 가운데 나는 흰색 금색의 구분이 안 돼 잠시 의아해 하고 있는데, 어느새 찬란한 빛이 나오던 하얀 성의 실체가 보이고 빛과 빛이 더하여 합쳐지면서 제사장이 탄 병거가 성문 안으로 이르고 곧 성문이 닫혔다. 성안에서 나온 찬란한 빛은 흰 무리들의 옳은 행실로 제사장을 향해 쏟아지고 빛은 곧 꽃가루가 되어 날고 성안은 온통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아주 오래 동안 기다리던 제사장이 승리하고 돌아오신 기쁨의 환영 같았으며 모두들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제사장을 맞이하는 즐거운 성회였다.
한없는 꽃가루가 여기저기에서 뿌려지고 성문 앞에서도 성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도 하얀 건물위에서도 창가에서도 너도나도 흰 무리들의 환호와 함께 흰 꽃가루가 나비처럼 너울거리며 성안에 무수히 날려 하얀 성은 쌓인 꽃가루와 함께 한 송이 백합이 되어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필자는 아직도 흥분이 되며 가슴 떨리게 벅찬 감동을 보고 들었다.